
새해를 맞이하는 복주머니. - 무지개색 복주머니에 담은 색동의 마음
새해의 문턱에 서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색동 복주머니다. 예로부터 오방색을 이어 붙여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르던 그 간절한 마음이, 새해 시작점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화사한 무지개색으로 피어났다.
전통적인 색동이 가진 단단한 질서도 아름답지만, 일곱 빛깔 무지개가 층층이 쌓인 복주머니를 보고 있자니 마치 내면의 여러 자아가 각자의 빛을 내며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빨강의 열정부터 보라의 신비로움까지, 어느 색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의 굴곡이 그 작은 주머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언제나 나는 뜨개질로 코를 잡듯 정성스레 일상을 엮어왔다. 때로는 복잡한 문양에 길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단조로운 평단뜨기에 지루해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모든 시간은 하나의 온전한 작품을 향한 여정이었다. 나의 모든 기억조차 나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모티프가 된 것처럼 이제는 무지개색 주머니 속에 털어 넣어야 할 소중한 경험의 조각들이다.
올해는 내면 깊숙한 짐칸에 넣어두었던 '진정한 나'의 보따리를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주저하며 찍지 못했던 사진 대신, 나만의 색깔을 당당히 드러내는 용기를 내보고 싶다. 무지개색 복주머니가 주는 경쾌한 위로처럼, 2026년은 규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세상을 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하루에 한개씩 - 색으로 엮어낸 일상의 여백
하루의 소란함이 잦아드는 시간, 책상 앞에 앉아 바늘을 잡는 것으로 나의 온전한 '마감'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성취감이 목적이었지만, 하루에 하나씩 복주머니가 늘어갈수록 이 작은 주머니들은 단순한 소품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어제는 무지갯빛 선명한 실로 화사함을 쫓았다면, 오늘은 차분한 그레이와 블루를 섞어 마음의 정돈을 꾀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균열을 내주었다. 같은 도안이라 할지라도 어떤 색의 실을 집어 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의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을 보며, 지루함은 어느새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땀 한 땀 코를 걸어 올리는 동안, 낮 동안 엉켜있던 생각의 타래들도 함께 정리되었다. 복주머니의 입구를 조여 모양을 잡을 때면, 오늘 하루의 고단함도 그 안에 잘 갈무리해 담아두는 기분이 들었다. 책장 위에 나란히 줄지어 선 주머니들은 저마다 다른 날의 기분과 고민,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인내를 품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더 했던 이 시간은, 나에게 단순한 뜨개를 넘어 삶을 대하는 유연함을 가르쳐주었다. 이제 이 알록달록한 주머니들 속에 누군가에게 전할 따뜻한 마음과 나의 소중한 일상을 가득 담아보려 한다.
기억과 사진에만 존재 - 색의 잔상, 나를 위해 남겨둔 기록
늘 누군가를 떠올리며 뜨개질을 했다. 내 손끝을 거쳐 간 수많은 편물은 주인에게로 떠났고, 남겨진 것은 빈 바늘과 곧 다시 시작될 누군가를 위한 고민뿐이었다. 정작 내 곁에는 손때 묻은 작품 하나 남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그것이 서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완성한 이 복주머니들은 조금 다르다.
단연 마음에 든다. 정갈한 흰색 바탕 위에 올라탄 선명한 색들의 조합은 볼 때마다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어제는 무지개처럼 화려하게, 오늘은 숲을 닮은 초록으로 매일의 변주를 즐겼다. 지루함을 이기려 시작한 색의 실험이었는데, 완성된 것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다.
이 주머니들을 꼭 손에 들고 밖을 나서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에게 꼭 건네주어야 한다는 강박도 잠시 내려놓는다. 그저 책상 위에 나란히 세워두고, 혹은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 틈날 때마다 꺼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진 속의 색감은 그날의 공기와 내 손의 감각을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다.
손을 바삐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을 오롯이 시각적 즐거움으로 향유하는 이 시간. 비록 내 손을 떠나더라도 사진이라는 기록이 남았기에 이제는 허전하지 않다. 흰색과 여러색의 조화가 주는 그 경쾌한 리듬이 나의 일상을 채운다. 누군가에게 주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으로 내 안에 영원히 남는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