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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타의 아름다운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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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맞이하는 아가를 위해, 고마운 직장 상사, 배달사고?

by 살찐 소나기 2026. 3. 10.

 

 

돌을 맞이하는 아가를 위해 - 빛나는 첫 번째 계절, 너에게 닿은 마음

인생의 예기치 못한 쉼표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수술 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정들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멈춰 서야 했던 시간들. 몸과 마음의 회복에 집중하느라 세상의 속도에서 조금 뒤처진 듯한 기분이 들 때쯤, 한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인 ‘돌’ 소식이 들려왔다.

나의 상황 때문에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타이밍이 조금 늦어지고 말았다. 제때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았지만, 오히려 그 지연된 시간만큼 아이를 향한 축복의 마음은 더 깊게 발효되었다. 비록 남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선물일지라도, 그 안에는 나의 진심과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소망을 꾹꾹 눌러 담았다.

고민 끝에 고른 선물은 눈이 즐거워지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물건이다.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아장아장 발을 내딛는 아이가 다채로운 색을 보며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나가길 바랐다. 무엇보다 회복 중인 내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가치, 바로 '편안함'이 아이에게도 깃들기를 기도했다. 아이가 이 선물을 사용할 때마다 마치 따스한 햇살 아래 누워있는 듯한 포근함을 느끼길, 그리고 그 일상이 아무런 굴곡 없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선물을 갈무리하며 깨달았다. 누군가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무언가를 준비하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도 큰 치유가 되었다는 것을. 비록 전달은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알록달록한 빛깔처럼 아이의 앞날이 찬란하게 빛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 작은 아이가 만들어갈 세상은 내가 선물한 색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마운 직장 상사 - 까칠한 껍질 속의 순수, 그 짧고도 긴 여정

직장에서 만난 그는 첫눈에 보기에도 다루기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나이도 한참 어린 데다, 소위 ‘사장의 아들’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태도에는 늘 날을 세운 듯한 까칠함이 서려 있었다. 살갑지 않은 말투와 재미없는 농담들 사이에서 처음엔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곁에서 지켜본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권위나 딱딱함과는 전혀 다른 결의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했고, 때로는 무방비할 정도로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의 눈치를 보느라 복잡하게 꼬인 어른들의 세계와 달리, 그에게는 계산기 두드리지 않는 투명한 면모가 있었다. 그 의외의 모습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어느덧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너그러워졌다. 어른으로 나를 존중해주기도 한 태도에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의 서먹함과 날 선 긴장감은 세월이라는 여과기를 거치며 조금씩 걸러졌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무심한 척 툭 던지는 말 속에 나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날 때면, 그가 가진 진심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그의 태도는 더없이 친절하고 따뜻했던 그 모습은, 지난 시간 우리가 쌓아온 신뢰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까칠한 껍질을 깨고 나온 그 순수한 진심이 나에게 큰 위로와 고마움으로 남았다. 비록 시작은 조금 삐딱했을지 몰라도, 결국 편안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음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그의 그 맑은 성격이 앞으로도 그를 지켜주는 가장 큰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배달사고? - 빈 책상 위에 남겨둔 마음

익숙한 공기, 익숙한 복도였지만 발걸음은 생경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그곳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손에 든 선물 꾸러미가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고마웠던 마음, 미안했던 기억, 그리고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인사를 포장지에 꾹꾹 눌러 담아 찾아갔건만, 정작 마주하고 싶었던 상사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주인 없는 책상 위에 선물을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 허전함이 밀려왔다. '잘 전달될까?' 하는 걱정은 이내 '연락이 오겠지' 하는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휴대폰은 고요했다. 짧은 문자 한 통, 잘 받았다는 인사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는 서운함으로 변해갔다.

어쩌면 배달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가정을 세워서라도 그의 침묵을 정당화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언제나 내가하는 일에 좋은 마음으로 하는데 돌아오는 피드백이 그렇지 못하거나 무응답이라면 서운한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메아리를 기다리는 일과 같다. 하지만 때로는 산울림이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서운함의 그늘에 한동안 머물렀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접어두려 한다. 선물을 놓아두고 온 그 순간, 나의 진심은 이미 완성된 것이라 믿기로 했다. 보답받지 못한 인사가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건넨 마지막 퇴사 인사였다고 생각하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