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3, 사회적 페르소나, 나의 아하!!

꿈이야기3 - 2017. 8. 5. 누군가 화장실 왔다가 보면 무섭겠다 싶다
남자친구집에 인사를 가는데 집은 아주 지저분하고 어지러워져있고 마루에서도 잠을 잔다
씻으려고 벌거벗고 있는데 누가 와서 고모부인지 누가 있는데도 그냥 마루에서 어찌어찌 씻었다.
세면대에 샴푸 치약 모든 것이 색깔별로 뭉터기져있다 몇 뭉치인지 모르겠다
다음날?
자동차 정비소 같은 곳에서 모여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나 남편, 고모?, 고모부 등등
그런데 갑자기 차가 오더니 한복 입은 사람들이 우루루 내린다
모든 일가친척이 한복을 입고 나타난다
마치 결혼식에 온 하객들 처럼
이러다 결혼 안한다고 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고모가 갑자기 따라오라한다.
공중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깨끗하게 차려져 있고 무엇인가를 위해 세팅이 되어져있다.
나보고 걸려 있는 종이로 만든 한복을 잡으라 한다
그러면서 촛불을 키고 뭔가를 말한다.
나는 진심으로? 기도한다.
나오는데 시어머니인지 어떤 어른의 초상화가 커튼 옆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순간 누군가 화장실 왔다가 보면 무지 무섭겠다 싶다.
사회적 페르소나 - 벗지 못한 관습
꿈속에서 마주한 남자친구의 집은 지독하게 어지러웠다. 그것은 정돈되지 않은 나의 감정이자, 새로운 관계와 환경으로 진입할 때 느끼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의 투사였다. 마루 한복판에서 벌거벗은 채 씻어야 했던 당혹스러운 상황.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수치심보다 강렬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씻기를 지속해야 한다는 처절한 생존 본능이었다. 이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외부 압력 속에서도 끝내 나를 정화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자아의 의지였다.
세면대에 색깔별로 뭉쳐진 세면도구들은 혼돈 속에서도 기어이 질서를 찾아내려는 나의 내면적 에너지를 보여준다. 이어 나타난 한복 입은 일가친척들의 행렬은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전통에 대한 의식이자, 여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오래된 습(習)이다. 하객처럼 몰려든 그들은 내가 사람들 앞에서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사회적 페르소나의 무게였다. "결혼 안 한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망설임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그 거대한 페르소나에 나의 실존이 매몰될까 봐 느끼는 본능적인 저항이었다.
그러나 고모를 따라 들어간 화장실은 반전의 공간이었다. 그곳은 지저분한 현실과 격리된, 정제되고 세팅된 성소였다. 걸려 있는 종이 한복을 붙잡고 촛불을 켜며 올린 진심 어린 기도는, 낡은 자아를 비우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는 성숙의 의례였다. 화장실의 깨끗함은 비워냄을 통한 정화가 시작되었음을, 나의 성장과 통합이 한 발짝 더 나아갔음을 암시한다.
마지막에 마주한 시어머니의 초상화는 거대한 모성 원형이자 조상의 그림자였다. 그 압도적인 중압감은 공포와 경외심이 뒤섞인 감정으로 다가왔다. 무의식의 심연에서 마주한 이 상징들은 결국 묻는다. 나는 이 사회적 틀과 내면의 두려움을 뚫고 진정한 ‘자기(Self)’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꿈은 혼돈을 지나 정화로, 그리고 더 깊은 무의식의 통합으로 나를 이끌고 있다.
나의 아하!! - 시어머니와 함께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않은 방은 언제나 제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했던 내 마음의 투영이었다. 늘 공중화장실을 헤매면서도 끝내 배설하지 못해 쩔쩔매던 그간의 꿈들과 달리, 이번에 마주한 화장실은 놀랍도록 깨끗하게 세팅된 성소였다. 이는 내 안의 묵은 감정들을 비워내고 비로소 마음의 공간을 확보했음을 알리는 정화의 신호다.
무엇보다 경이로운 지점은 타인의 시선이 닿는 마루 한복판에서도 씻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고모부든 누구든, 외부의 판단과 사회적 페르소나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정화의 작업을 묵묵히 완수해낸 나 자신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가 봐도 나는 나의 씻기를 계속하겠다"는 그 선언이야말로 내면 작업에서 얻은 가장 값진 '아하!!'의 순간이다.
그 정화의 끝에서 만난 시어머니의 초상화는 두려움 너머의 행운이었다.
내가 시어머니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갸우뚱한다.
물론 나도 쉽지 않은 시집살이를 했었다. 하지만 지나간 세월을 돌아볼 지금의 나이가 되어보니 그분처럼 당신의 희생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으시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 모든 희생과 헌신을 그저 당신의 몸이 부서져라 하지만 그 모든 고난과 고통을 믿음으로 이겨내신 분도 드물것이다. 그 자식들이 그분의 사랑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그것도 사랑을 제일 많이 주었던 자식이 어머님께 받은 만큼도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플 뿐이다.
생전에 좋아했던 시어머니의 굳건한 신념과 믿음을 배우라는 무의식의 인도였을까. 촛불을 켜고 올린 간절한 기도는 내가 가야 할 길, 내가 이루어내야 할 내면의 합일을 향한 숭고한 의례였다.
지금 내가 손에 쥔 종이 한복은 아직 영글지 않은 가볍고 위태로운 성장의 옷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얇은 종이 옷을 시작으로, 나는 머지않아 나만의 색이 깃든 단단하고 아름다운 한복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세면대에 뭉쳐져 있던 그 찬란한 색깔들처럼, 혼돈 속에서도 나만의 조화를 찾아가는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시어머니가 나의 길에 동행하고 계심을 믿기에, 이제 그 어떤 발걸음에도 두려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