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21, 가슴에 안은 세 개의 우산, 나의 아하!!

꿈이야기21 - 꽃무늬 우산 두개 그냥 색깔만 있는 우산 두개
우산이라기 보다는 양산에 가까운 것 같다.
어느 곳에 우산들이 마구 쌓여 있다. 한 열댓개정도?
내가 거기서 내 맘에 드는 이쁜 우산을 고르는 꿈을 꾸었다.
꽃무늬 우산 두개 그냥 색깔만 있는 우산 두개
날씨가 좋은 길에서 세개는 가슴에 안고 하늘색 우산 한개는 내가 쓰고 걸어가는 꿈이다.
참 기분 좋은 꿈이었었다.
생긴것은 우산이지만 양산의 느낌이 더 많았다.
가슴에 안은 세개의 우산 - 하늘색 우산
열댓 개 중에서 마음에 드는 네 개를 골랐다는 행위는 무의식의 창고(쌓여 있는 우산들)에서 현재 네 자아(Ego)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선별해냈음을 의미한다.. 특히 '꽃무늬' 두 개와 '단색' 두 개를 각각 고른 것은 대립물의 균형을 뜻한다. 화려하고 생명력 있는 감정(꽃무늬)과 차분하고 정돈된 이성(단색)을 동시에 수용하려는 심리적 통합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세 개의 우산을 가슴에 안고 가는 행위는 그것들을 단순히 도구가 아닌, 내면의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였음을 뜻한다. 융의 관점에서 '3'은 완성을 향해가는 역동적인 수다. 아직 펼치지 않았지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심리적 자원, 즉 내가 새로 발견한 재능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자신감을 상징할 수 있다.
맑은 날에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융 심리학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하늘색은 '영성'과 '사유'를 상징하는 색이다. 남들이 보기엔 필요 없을지라도, 나는 나만의 고유한 보호막(하늘색 우산)을 쓰고 기분 좋게 걷고 있다. 이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리듬'을 찾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꿈은 내가 인생의 후반기에서 내면의 풍요로움을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쌓여 있는 우산들(과거의 경험들) 중에서 예쁘고 마음에 드는 것들만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이 생겼고, 그것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기분 좋음'으로 나타난 것 같다.
특히 양산의 느낌이 강했다는 것은, 이제는 거친 비바람을 견디는 생존의 단계가 아니라,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호하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무의식이 축복해 주는 꿈이라고 볼 수 있다. 나 가슴에 안긴 세 개의 우산은 내가 앞으로 펼쳐 보일 새로운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나의 아하!! - 우산과 무지개
누군가에게 기념품 가게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을 고르라 한다면 저마다의 대답이 있겠지만, 내게는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바로 우산과 무지개다. 평소에도 우산을 참 좋아했다. 비를 막아주는 실용적인 도구 이상의 애착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일조차 가끔은 번거롭게 느껴진다. 내 손을 거쳐 간 수많은 우산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 마음속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무지개가 하나 있다. 한국의 하늘에서 수줍게 피어나던 무지개도 아름다웠지만, 이국땅에서 마주했던 무지개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한 색채로 남아 있다. 미국의 메인주 아카디아 국립공원에서 만난 무지개는 내가 알던 것과 전혀 달랐다. 일곱 빛깔이 마치 제각기의 영토를 가진 것처럼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 압도적인 선명함은 내가 알던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만난 쌍무지개는 또 어떠했나. 하루 동안 서로 다른 장소에서 두 번이나 쌍무지개를 마주했다. 오랫동안 길 위에서 사람들을 이끌던 가이드조차 "이런 광경은 생전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던 그 기적 같은 순간. 무지개든 우산이든, 그것들은 내 삶에서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소품들이자 기억의 조각들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것들이 꿈속에 나타났다. 꿈속의 나는 어느 곳에 마구 쌓여 있는 열댓 개의 우산 앞에 서 있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고르면 저것이 눈에 밟히고, 저것을 집어 들면 놓고 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마음이 무거웠을 테니까. 하지만 꿈속의 나는 달랐다. 마치 내 짝을 찾듯 망설임 없이 마음에 드는 이쁜 우산들을 골라냈다. 꽃무늬 우산 두 개와 고운 색깔의 우산 두 개. 그 수많은 우산 속에서 내 진심이 머무는 곳을 정확히 짚어낸 내 자신이 참 대견했다.
기분 좋은 길 위에서 나는 고른 우산 중 세 개를 소중히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남은 하늘색 우산 하나를 활짝 펴서 쓰고 걸었다. 우산의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비를 막는 도구라기보다 따스한 햇볕을 가려주는 양산에 더 가까웠다. 맑은 날씨 아래, 가슴에 품은 우산들은 내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들 같았고, 머리 위를 가려주는 양산은 나를 부드럽게 감싸는 평안처럼 느껴졌다.
욕심 부리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진 그 길. 안 고른 것들에 대한 미련 대신 지금 내 손에 든 것들의 촉감에 집중하며 걷는 그 걸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모른다. 맑은 날씨처럼 투명해진 내 마음이 꿈과 만나는 즐거움이 너무나 커서,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찬란한 풍경 속에 머물러 있었다. 삶의 무게가 때로는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일처럼 번거롭게 느껴질지라도, 내 마음의 하늘에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아름다운 양산과 선명한 무지개가 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