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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타의 아름다운 광경
내사랑 뜨개질

뜨개질 작품(담요), 선물하기, 나의 만족도

by 살찐 소나기 2026. 3. 1.

뜨개질 작품 - 선명한 컬러로 엮어가는 마음의 평정

150x180 사이즈의 커다란 뜨개질 작품을 시작했다. 이번 작업의 가장 큰 목적은 마음의 평화다. 기계적인 반복 동작에 몸을 맡기다 보면 복잡한 잡념은 사라지고 오직 고요한 평정심만이 남는다. 내가 뜨개질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도 무언가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담요는 선명한 컬러의 실들을 사용하기에 별도의 무늬를 넣지 않기로 했다. 컬러 자체가 가진 고유의 선명함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화려한 무늬는 단색 실을 쓸 때 효과적이지만, 여러 색을 배합할 때는 단순한 패턴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컬러가 돋보일 것인가, 무늬가 돋보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작업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나는 컬러를 배합하며 단순한 모양을 뜨는 것을 선호한다. 때로는 단순함이 우리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뜨개질은 일상의 틈을 메워주는 훌륭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가만히 있기보다 손을 움직이면 비로소 완벽한 멀티플레이가 완성되는 기분이 든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때로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지만, 그조차 즐거운 여정이다. 좋아하는 컬러를 고르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들이 의외의 아름다운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 단순하고도 깊은 몰입의 시간은 나에게 무엇보다 값진 휴식이 되어준다.

 

선물 하기 - 48년의 우정을 엮어 선물하는 따뜻한 위로

이불이라 불러도 좋고 담요라 불러도 좋을 이 커다란 작품을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에게 선물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전학 온 그 아이가 내 짝꿍이 된 순간부터였다. 그날 이후 4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친구는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벗이 되어주었다.

그 아이는 늘 조용하고 따뜻했다. 내가 힘들 때면 묵묵히 곁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여러 방면으로 내게 큰 힘이 되어준 고마운 존재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한 달, 아니 두 달의 시간을 오롯이 쏟아붓는다 해도 그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실을 한 코씩 엮으며 문득 자문해 봅니다. '나 또한 그 아이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었을까?' 내가 건넨 말들이 친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는 나만의 짐작일 뿐 확신할 수 없다.

우리네 삶이 늘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말로 다 채우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이 작은 선물에 대신 담아본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이 담요가 친구의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물건으로 오래 곁에 남는 것도 좋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우정처럼 따스하고 기분 좋은 기억으로 친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나의 마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덮어 주었던 친구에게, 이 작은 선물로 그 아이의 마음을 덮여 보려고 한다.

바늘을 잡던 나의 온기가 너의 마음의 온기가 되어주기를 기도해본다.

 

나의 만족도 - 완성의 기쁨과 나누는 행복의 미학

작품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밀려오는 흡족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보상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스스로 선택한 컬러의 감각과 한 코 한 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뜨개질 솜씨에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150x180이라는 거대한 크기.

그리고 그 지난한 제작 기간을 오롯이 견뎌내며 몰입해온 나 자신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무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해 무언가를 완성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감은 높게 차오른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며 적절한 가격과 최상의 품질,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컬러의 실을 고르던 시간조차 나에게는 아깝지 않은 행복이었다. 7년전 만들던 이 열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가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삶의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이렇게 공들여 만든 작품을 누군가에게 근사한 선물로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만든다. 재료를 준비하는 설렘부터 제작 과정의 정성, 그리고 마침내 전달하는 순간의 기쁨까지, 모든 매 순간이 나에게는 커다란 만족감을 준다.

주변에서는 온라인 사이트를 열어 판매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하지만, 사실 돈을 받고 작품을 내놓는 일에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쏟아부은 시간과 정성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결코 저렴할 수 없기에, 그 진정한 가치를 몰라주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오히려 내 마음을 슬프게 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래서 판매보다는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을 온전히 선물하는 쪽을 택한다. 대가 없는 나눔을 통해 느끼는 순수한 행복이야말로 내가 뜨개질을 멈추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