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24 - 2023. 8. 30. 사람들은 내가 줄을 서 있는 줄 알지 소변 보는 것을 모른다.
갑자기 비가 오는데 창문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파도가 너무 희한하고 파도가 멋있게 치고 비가 많이 와서 구경가려고 마음을 먹는다. 밥을 한 술 먹고 화장실을 가는데 베란다같은 곳에 변기가 있고 사람들이 멋있는 파도를 보려고 바다에서 베란다 너머까지 줄을 서 있다. 나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데 사람들은 내가 줄을 서 있는 줄 알지 소변 보는 것을 모른다.
비옷을 입고 가려고 장농쪽으로 간다.
얇은 흰색 후드 점퍼를 입고 있어서 모자를 쓰고 지퍼를 올리면서 이 위에 분홍색 비옷을 입어야지 하며 장농을 여는데 장농이 난간 같은 곳에 있고 내 옷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비옷을 꺼낼 수가 없어서 그냥 가려는데 파도가 잔잔해지고 날씨가 좋아져서 사람들이 다 돌아오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나도 나가려던 것을 멈춘다.
파도치는 바다와 길게 늘어선 줄
소변을 배출하는 행위는 억눌렸던 에너지를 해소하고 심리적 평안을 찾는 과정을 상징한다. 또한 융은 생명의 물을 대지에 뿌리는 원형적인 행위로 보기도 해서 나만의 가치나 아이디어를 밖으로 내놓는 생산적인 의미를 담기도 한다. 동물적 본능과 연결하여서는 자신의 영역이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무의식적 시도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바다는 융 심리학에서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그 자체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메타포이다. 잔잔한 바다가 아니라 '파도치는' 바다는 현재 무의식에서 강력한 변화나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파도는 자아(Ego)가 무의식의 힘에 압도당할까 봐 느끼는 불안을 나타내는 반면, 그 파도를 타거나 관찰한다면 이는 무의식의 에너지를 수용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음을 뜻한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며 해안선을 바꿉니다. 이는 낡은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태어나는 '개성화 과정'의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길게 늘어선 줄은 주로 사회적 질서, 시간의 흐름, 혹은 기다림의 시련을 상징합니다. 융은 꿈속의 '줄'을 개인이 사회적 규범이나 집단의 가치관에 순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았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무의식이 요구하는 '성숙의 시간'이 필요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줄 속에 섞여 있다는 것은 아직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찾지 못하고 집단 속에 매몰되어 있는 상태를 반영할 수 있다. 줄의 끝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어떤 보상이나 변화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심리적 인내의 단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비옷을 챙겨 입으려는 시도는 무의식의 세계(비와 파도)로 뛰어들기 위한 자아의 보호 장비를 갖추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흰색은 순수함과 새로운 시작을, 분홍색은 부드러운 생명력이나 애정 어린 에너지를 상징한다. 장농이 난간 너머 멀리 있다는 것은, 무의식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도구나 자신감이 아직은 조금 멀리 있음을 뜻하고 있는 것 같다. 의욕은 충분하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완벽하게 갖추기엔 물리적 혹은 심리적 거리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파도가 잔잔해져서 나가지 않기로 한 것은 부정적인 결말이라고 보기 어렵다. 융은 무의식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강할 때 자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파도가 잔잔해진 상태에서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은, 폭풍 같은 내면의 변화가 일단락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가지 못한 아쉬움은 내면의 에너지를 더 역동적으로 표출하고 싶었던 창조적 욕구가 남아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아하!! - 분홍색 레인코트
사람들은 줄을 서 있는데 나는 소변을 보고 있다라든지, 베란다에 변기가 있다라든지, 이런 것들은 우리의 일상에 맞지 않는 구도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상적인 일들이 나에게는 약간의 재미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섞여 있으면서도 나는 혼자서 다른 생각, 아니면 새로운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꼭 사람들과 같이 해야하나? 사람들이 한다고 나도 똑같이 따라만 가야하나? 하는 집단 무의식에 대한 저항이나, 거부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가지는 주춤거리는 나의 태도를 본다. 파도가 치는 것을 보고 구경가야한다고 하면서도 밥을 먹고 소변을 보고, 왠지 방관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니면 뛰어들지 못하는 나의 약간의 주저함? 부족한 용기? 아니면 아직 때가 아님을 아는 명철함?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조심성? 이런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옷 중에 분홍색 레인코트가 실제로 있다. 거의 10년이 넘은 옷인데 솔직히 지금은 입기가 좀 그렇다. 레인코트가 약간 방수포 재질이 너무 강해서 다른 옷에 스칠때, 손목끝, 목 있는 쪽이 부서져 내리듯이 옷의 찌꺼기들이 묻어난다. 너무 튀는 분홍색 같아서 1년에 한번 입지만 버리지는 못하는 내가 사랑하는 레인코트이다.